2013년 12월 4일 수요일

사업자간 '갈등'·정부는'철학부재'…산으로 가는 방송산업 종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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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간 '갈등'·정부는'철학부재'…산으로 가는 방송산업 종합계획


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지상파 기자간담회 사진

정부의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두고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폐기하라”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향후 5년간 방송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이 계획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일방적 특혜를 줬다는 것이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가 일관된 철학없이 각 부처의 이해 관계에 치중해 만든 계획이다보니 사업자간 갈등이 깊어졌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유료방송간 이해관계 팽팽

지상파 방송사 4개사와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창조과학부가 5일 발표할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은 유료방송이 원하는 내용만 담겨있다”며 “방송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 종합계획은 초고화질(UHD) 방송 상용화 시기, KT스카이라이프가 요구하는 접시없는 위성방송(DCS) 허용, 케이블TV 사업자가 원하는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 케이블TV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인 8VSB(8레벨 잔류 측파대)·클리어쾀 허용, 유료방송 모두가 원하는 지상파 의무 재송신 범위 확대 등을 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UHD방송의 상용화 시기다. 이 계획에는 UHD방송의 상용화 시기를 케이블 TV는 2014년, 위성방송은 2015년으로 못박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의 UHD 상용화 시기는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측은 정부가 만든 안에 따라 UHD방송을 시작하면 유료방송 시청자들만 UHD방송의 혜택을 보고 서민들은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서강원 KBS 미래미디어센터장은 “방송콘텐츠의 대다수를 공급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UHD방송 상용화 시기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료방송이 먼저 방송을 시작하면 부족한 국산 콘텐츠의 자리를 외국 콘텐츠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볼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일면서 UHD서비스가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계획에 지상파 UHD 방송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중간광고를 혀용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청자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료방송 서비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DCS의 도입과 8VSB, 지상파 의무 재송신 범위를 확대하는 부분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DCS는 위성방송 신호를 KT의 전화국에서 대신 수신한 뒤 이것을 인터넷망으로 가입자 가구에 전달하는 서비스다. 위성방송과 인터넷TV(IPTV)를 조합한 방식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점유율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하는 8VSB 방식의 고화질 전송을 케이블 채널로 확대하는 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이를 케이블TV로 확대하면 디지털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HD방송을 즐길 수 있다.

◆한치 후퇴 없는 비방전, 정부는 ‘팔짱만’

유료방송 진영은 지상파 방송이 UHD방송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훼방만 놓는다며 맞서고 있다. 한 유료 케이블TV방송 관계자는 “유료방송들이 UHD 시범 방송과 전용 셋톱박스를 내놓는 등 서비스에 적극적인 반면 지상파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며 “유료방송 탓하지 말고 지상파가 UHD방송을 만들고 송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간 갈등의 배경에는 지상파의 재원 위기라는 배경이 숨어있다.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되고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지상파의 수입인 광고 수익은 대폭 줄었다. 국내 광고업계에 따르면 2002년 2조7000억원을 찍었던 지상파 광고는 2012년 2조2000억원으로 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0억원대에 그치며 올해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캐스팅 비용 증가 등으로 프로그램 제작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어 UHD방송을 제작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양진영을 막론하고 방송업계는 이런 갈등의 발단이 정부의 철학 부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방송에 대한 주무부처가 유료방송은 미래부, 지상파는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뉘고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정부의 이번 종합계획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에 어떤 지위와 위상을 부여할지 제대로된 고민없이 정책을 추진하고 사업자의 이해관계만 치중한 결과”라며 “지상파 방송과 위성방송 , 케이블TV 등의 방송 서비스 플랫폼들을 어떻게 유지할지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미 기자 smjung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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