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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입자 발견한 CMS 검출기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우주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입자를 발견해 현대물리학에서 다루는 입자의 표준모델을 입증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지하 100m에 있는 CMS 검출기의 모습. 2013.08.23 rhew@yna.co.kr |
호이어 소장 "빅뱅직후 모습 밝힌다…한국 적극 참여했으면"
최석영 대사 등 한국외교관들 지하 100m LHC 시설등 둘러봐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스위스와 프랑스의 접경지역 `메헝'(Meyrin). 눈덮힌 알프스와 쥐라산맥 사이의 이곳에 자리잡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22일(현지시간) 제네바 한국대표부 최석영 대사 등 한국 외교관 20여명이 방문했다.
이 자리는 길이 27㎞의 강입자가속기(LHC)를 갖춘 세계 최대 입자 물리학 연구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이해함으로써 과학 한국의 미래를 밝혀줄 새로운 방법이 있는지 모색해보고, 한국 과학자들의 진출을 확대할 방안도 찾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 CERN은 올해 3월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로 알려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입증해 연말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유력하다.
롤프 호이어 CERN 소장은 `과학의 다음 단계 도전: 빅뱅 직후 우주의 바로 첫 순간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표제로 직접 CERN의 현황과 연구과제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한국의 적극적 참여도 권고했다.
CERN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12개국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소로 1954년 창립한 이래 회원국이 20개 국가로 늘어났고, 총 참여국은 66개국, 2개 국제기구에 달한다. 연간 약 1조2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회원국들이 GDP에 비례해 분담금을 갹출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우주생성의 근원 등을 밝히기 위해 지하 100m 깊이에 세계 최대·최고의 LHC를 1996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해 2009년 11월부터 정상 가동하고 있으며, 세계 물리학자의 약 50%인 8천여명이 연간 30% 이상을 CERN에 머물고 있고 직원 수만 2천500여명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리학자와 컴퓨터 등 전자공학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CERN의 주요 목적은 연구·개발이지만 미래를 위한 교육활동과 서로 다른 국가출신 과학자들의 공동 연구활동을 통한 평화증진도 빼놓을 수 없는 목표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도와 파키스탄 과학자들이 CERN의 연구과제를 통해 공동협력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은 비회원국이지만 여름철에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하계 강좌에 비록 많은 수는 아니지만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면서 더많은 참여를 권고했다.
현재 CERN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한국인은 CERN이 지난 3월 LHC의 유지·보수를 위해 2년간 가동을 중단한 상태여서 미국 퍼듀대학에서 파견된 유휘동 박사를 비롯 10여명에 불과하다.
브리핑이 끝나고 차로 다시 20여분 이동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00m를 내려가 직접 볼 수 있었던 6개의 검출기 중 힉스입자의 발견으로 현대물리학의 입자 표준모델을 입증한 CMS 검출기 역시 규모나 운용면에서 일행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CERN은 현재 빅뱅 재현을 통한 우주 초기상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는 `앨리스'(ALICE) 검출기, 힉스 입자 등 입자의 표준모델 입증을 주로 하는 `아틀라스'(ATLAS), `CMS' 검출기, 그리고 제네바 공항쪽에 위치한 LHCb 검출기 등 4대의 대형 검출기와 2개의 소형 검출기 등 모두 6대의 검출기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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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연구소 방문한 최석영 대사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스위스 제네바 한국대표부 최석영 대사가 22일(현지시간) 스위스와 프랑스 접경지역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을 찾아 방문록에 서명하고 있다. 2013.08.23 rhew@yna.co.kr |
CERN은 양성자와 원자핵같은 강입자를 7 TeV(테라 전자볼트)의 에너지로 가속시키는 둘레 27㎞의 타원형 LHC의 원 둘레에 일정한 간격으로 검출기를 배치하고 실험 목적에 따라 충돌 장소를 조절하며 충돌 직후 재현되는 빅뱅상태의 연구를 통해 현대 물리학의 이론과 가설들을 검증하고 있다.
또한 이때 나오는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약 15만대의 컴퓨터와 그리드 작업을 통해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CMS와 아플러스에서 이뤄지는 시험에만 부분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해 비회원국 대외협력 책임자인 루디져 보스 박사는 "지하 100m인데다 반감기가 10분도 안되는 양성자나 원자핵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다만 충돌직후 발생하는 방사능의 양이 문제인데 강입자가 워낙 작아서 실험이 끝나고 조금 뒤 방사능 차단문을 열어도 방사능의 양이 오히려 지상보다 적을 정도"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하 100m의 공기도 오히려 지상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직원들도 가슴에 방사능 노출량을 표시해주는 배지를 항상 차고 다녔다.
최 대사는 연구시설들을 둘러본 뒤 "CERN이 빅뱅 직후 우주의 모습을 연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한국도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그러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기초과학 분야에 한정된 자원을 마구 퍼부을 수 없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 어떤 방식의 재원 배분이 바람직한 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관 일행은 "한국이 과연 제네바 전체 시내가 사용하는 전기의 양과 맞먹는 전기를 사용하는 CERN과 유사한 연구기관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CERN의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CERN의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 차기 컴퓨팅 기술인 빅데이터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유 박사는 "한국은 뉴튼의 양자역학에만 익숙해 현대 물리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CERN의 LHC 실험에 참여하는 한국 연구진에 대한 체계적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참여부담금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