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목요일

"동작인식 팔찌, 기술로 삶을 풍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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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인식 팔찌, 기술로 삶을 풍요롭게"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이를 조작하는 기술도 함께 변해왔다. 지금은 마우스와 키보드가 터치 조작 방식과 공존하는 시대다. PC에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는 이들이 스마트폰에서는 화면을 익숙하게 터치해 조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후 조작 기술은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보다 빨리 변할 것 같다. 이미 우리 주변에 기술이 널려있다. 사람의 동작이나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이 같은 기술을 뭉뚱그려 지각컴퓨팅(Perceptual Compu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작인식 기술을 쓰면, 스마트 TV 채널을 손짓으로 바꿀 수 있다. 온몸으로 춤을 추며 게임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사용자 얼굴을 인식해 잠금화면을 풀어주는 것도 지각컴퓨팅 기술 중 하나다. 아직은 일부 기기에서 쓰이는 정도지만, 상용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마치 당장에라도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 놓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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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론 그랜트(왼쪽), 스테판 레이크 탈믹랩스 공동설립자
"지금은 PC가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로 발전하는 시대입니다. '마요(MYO)'가 그 첫 번째 단계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죠. 마요는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것에 소비하는 시간을 걷어내고,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스테판 레이크 탈믹랩스(Thalmic Labs) 공동설립자 겸 CEO와 아론 그랜트 공동설립자가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오는 7월25일 열리는 벤처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스테판 레이크 CEO는 마요를 "디지털이 실제 삶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 조작 방식에서 혁신을 쫓는 두 젊은 벤처 경영자를 만났다.

탈믹랩스는 2012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벤처업체다. 동작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마요를 개발 중이다. 개발 콘셉트가 무척 독특하다. 마요는 사람의 팔에 팔찌처럼 차도록 설계됐다. 팔에 두르고 모니터 앞에서 손을 움직여 컴퓨터에 명령을 내리는 식이다. 동작인식 기술과 입는 컴퓨터 콘셉트가 한데 섞인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동작인식 조작용 팔찌라는 콘셉트도 독특하지만, 마요 속에는 더 눈길을 끄는 기술이 숨어 있다. 마요가 무선으로 다른 장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기술은 바로 근육의 움직임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요는 사람 팔 근육이 내보내는 전기신호를 분석해 조작에 활용한다.

사람 몸속에 있는 근육은 움직일 때마다 전기를 내보낸다. 약 1밀리볼트(mV) 수준의 미세한 전기 신호를 마요가 읽어내는 방식이다. 근육의 전기 신호를 읽는 기술 덕분에 퍽 세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전기 신호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손가락을 폈는지, 주먹은 어떻게 쥐었는지, 혹은 팔을 어느 방향으로 휘둘렀는지 등을 마요가 판단해 이를 조작에 반영하는 기술이다. 물론 근육의 전기 신호를 증폭하는 기술 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동작센서도 마요 속에 탑재돼 있다.

2013년 2월 유튜브에 마요 사용법을 담은 동영상이 등장했다. 이틀 만에 무려 10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마요의 독특한 기술에 많은 이들이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스테판 레이크 CEO는 "구글 안경을 비롯해 입는 컴퓨터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어디서든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PC나 스마트 TV, 스마트폰에 적용된 동작인식 기술은 카메라가 필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키넥트'도 카메라가 필요하다. 탈믹랩스는 사람 몸에 걸칠 수 있는 기기를 만들면, 외부 장비의 도움 없이도 먼 거리에서 컴퓨터나 TV를 조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근육의 전기 신호를 읽는 마요가 탄생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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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요'는 동작센서 외에도 근육의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 '마요' 소개 동영상 보러가기
마요 소개 동영상을 보면, 마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탈믹랩스는 우선 게임 분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팔에 마요를 차고 마치 진짜 총을 쏘는 것처럼 동작을 취하면 일인칭슈팅(FPS)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람이 집게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게임 속 캐릭터도 방아쇠를 당긴다. 손바닥을 휘젓는 것으로 무선 장난감을 조작할 수도 있다. 게임패드도 필요 없고, 사람의 동작을 읽을 카메라도 필요 없다. 마요 팔찌만 팔에 끼우면 된다. 마요는 다른 기기와 블루투스로 신호를 주고받는다. 블루투스 신호가 닿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사람의 팔 동작 하나하나가 곧 키보드요 마우스다.

"큰 회사에는 가기 싫었어요. 저는 그곳에서 매우 작은 존재잖아요. 스스로 더 큰 뭔가를 만들고 싶었고, 셋이 뭉쳐 일을 시작하게 됐죠."

스테판 레이크와 아론 그랜트, 매튜 베일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 동기다. 2011년 졸업을 앞두고 사회생활을 어떻게 시작할 지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었단다. 세 친구 모두 큰 회사에는 가기 싫었던 모양이다. 탈믹렙스를 차리고 기술 벤처의 길에 뛰어든 까닭이다. 특히 졸업 직전 참여한 생물학 수업이 마요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근육의 전기 신호를 기술적으로 이용할 아이디어를 그 수업에서 얻었다.

탈믹랩스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마요를 149달러에 예약 판매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예약 구매자에게 제품을 보낼 예정이란다. 기술 개발은 거의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윈도우, 맥 등에서 모두 쓸 수 있다.

탈믹랩스는 실제 제품 출시를 코앞에 두고 한국에서 마요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업체를 찾는 중이다. 게임 개발업체 넥슨과 만나고 오는 길이라는 말이 귀를 잡아당겼다. 물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하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탈믹랩스는 7월25일 청담동 씨네씨티에서 열리는 포메이션8 벤처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마요 기술을 시연할 예정이다.

아론 그랜트 공동설립자는 마요를 가리켜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정보를 얻는 데 들이는 시간은 최소화하면서도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할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마요의 목표는 편리한 삶이다. IT 기술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오원석 기자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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