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8일 화요일

선망의 직장 KT, 구조조정의 대명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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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의 직장 KT, 구조조정의 대명사로…

KT는 민영화 이후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할 때마다 3000∼7000명에 이르는 인력을 꾸준히 내보냈다. 황창규 회장이 취임 3개월만에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평가이지만, 이석채 전 회장 시절부터 쌓인 부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KT는 본사인력 감축을 신호탄으로, 당초 예고했던 비주력 계열사 매각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KT(대표 황창규)가 15년 이상 근속 2만3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발표하자 회사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실제 KT는 민영화를 준비하던 지난 1998년부터 새로운 CEO가 부임할 때마다 꾸준히 인력을 줄여왔다. 지난 1997년 IMF 이후 공기업민영화법이 시행된 이듬해 이계철 전 사장이 직원 7200명에게 명예퇴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99년에도 3800명을 내보냈다. 민영화가 완료된 후 초대 사장인 이용경 사장 시절인 2003년 5500명에 이어 이석채 회장 시절인 2009년에도 5992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5년만에 시행되는 이번 명예퇴직은 6000∼7000명 규모가 될 것으로 보여 명퇴 후 KT의 인력규모는 2만5000명 선으로 예상된다. 같은 통신기업인 SK텔레콤이 SK플래닛과 SK브로드밴드 등 계열사를 합쳐 6500여명 수준, LG유플러스 역시 6500명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KT의 위기상황을 고려할 때 계열사 통폐합 등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미 본사인력 감축규모를 정한 것을 보면 계열사 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은 어느 정도 잡아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전임 이석채 회장의 부실경영이 폭발하며 구조조정마저도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평가다. 자회사인 KT ENS 사태의 여파로 인해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면서 인력 감축에 투입될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이 재임기간 동안 최소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겨가면서 회사에는 위기를 안겨줬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따라서 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도 일정 규모의 계열사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주요 사모투자펀드(PEF)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T의 계열사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56개의 KT 계열사 가운데 부실기업 매각, 유사 업체간 통폐합 등 크게 2가지 방식으로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KT 계열사 가운데 15곳은 2012년 기준 13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19곳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등 심각한 경영 문제를 안고 있다.

부실기업 매각과 관련해 KT뮤직이나 KT에듀아이, 싸이더스FNH와 같은 만성 적자의 콘텐츠 기업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뮤직의 경우 올해 초만 해도 KT미디어허브로의 흡수 합병설이 제기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예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아 매각이 더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KT미디어허브 등 방송 플랫폼 및 콘텐츠 기업 간 합병 가능성도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다. KT의 방송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합산규제가 최근 표류 상태에 접어들었고, 향후 이 규제가 통과한다고 해도 두 회사 간 합병을 통한 비용절감 및 시너지의 가치가 더 크다는 내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성ㆍ김유정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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