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화요일

[뉴스분석] 손목, 화끈한 IT전쟁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25&aid=0002329237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과 삼성전자 간에 새로운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이번엔 특허 법정이 아니라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 시장에서다. 그간 장고를 거듭해온 애플이 올해 3분기께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의 처지는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됐던 2007년과는 180도로 바뀔 공산이 크다. 당시 아이폰이란 세상에 없던 제품(스마트폰)을 선보인 애플은 시장 선도자를 자처하며 재빨리 추격해온 삼성전자를 ‘카피캣(흉내쟁이)’이라고 한껏 조롱했다. 또 삼성을 상대로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도 벌이고 있다. 이번엔 절치부심한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웨어러블 제품을 먼저 내놓고 애플의 행보를 주시하는 형국이다.

 15일 글로벌 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올 3분기 내놓을 웨어러블 제품은 스마트 손목시계형 제품인 ‘아이워치(iWatch·가칭)’로 알려졌다. 삼성이 내놓은 웨어러블 기기 ‘기어2’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없이도 문자와 e메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화도 받을 수 있는 기기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이달 초 LG디스플레이 측에 아이워치에 사용할 플렉서블(휘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1200만대 분량을 주문했다.


또 애플은 올해 말까지 아이워치를 900만 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워치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2종류가 될 것”이라며 “1.3인치와 1.6인치 제품을 동시에 만들고 있으며, 1.6인치 제품은 이미 시제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업계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시장을 둘러싼 두 회사의 격돌이 향후 IT 시장 주도권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한다.

 아직까지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삼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먼저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스마트 손목시계 ‘갤럭시 기어’를 출시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기어2와 스마트 밴드 ‘기어 핏’을 내놓으며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선점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SDI는 15일 세계 최대 용량인 210밀리암페어아워(mAh) 수준 스마트 밴드용 ‘커브드 배터리’를 시장에 내놨다. 기어 핏에 탑재한 이 최신형 배터리는 현재까지 시장에 출시된 스마트 밴드 배터리(40mAL)보다 최대 5배 이상 용량을 키웠다. 웨어러블 시장에선 오히려 애플이 도전자 위치라는 게 명확해진 셈이다.

또 애플 아이워치는 삼성 기어2와 마찬가지로 헬스케어 기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걸음수·칼로리 소모량·산책 거리 등 운동량을 체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운동량 관리 기능’, 혈압과 맥박수·체온·호흡수·혈당 등을 알 수 있는 ‘건강 추적 기능’ 등이 아이워치에 탑재될 전망이다. 사실 이런 기능은 삼성이 기어 시리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갤럭시S5’에도 심박센서를 탑재하면서 앞서 나가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혁신성을 내세우며 삼성 스마트폰이 기본적으로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주장했다”며 “아이워치가 헬스케어 기능을 강조해서 나온다면 결국 애플도 다른 업체들과 똑같은 기업이라는 걸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5일 미국 시넷 등 현지 외신들은 애플이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묘수로 나이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년간 나이키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왔고, 나이키의 스마트밴드 ‘퓨얼밴드’는 여전히 운영체제로 애플 iOS만 지원한다는 점도 두 회사 간 제휴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억∼50억 달러(약 3조∼5조원) 수준에서 내년에 426억 달러(약 44조3380억원) 규모까지 적어도 10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심수민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휘는 배터리, 휘는 전자회로, 휘는 디스플레이가 향후 웨어러블 기기 보급 확산에 가장 중요한 기술적 요소”라며 “삼성·애플 등 IT기업들이 플렉서블 소재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향후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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