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모바일기기의 도움을 받아 가전제품도 IT 혁신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도한 가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평범한 가전제품이 모바일과 만나 ‘스마트홈’의 첨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LG전자, 냉장고와 오븐이 ‘라인’ 속 친구로
LG전자가 재미있는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높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가전제품 속으로 끌고 들어온 겁니다. LG전자는 라인으로 사용자가 가전제품에 말을 걸어 조작하도록 했습니다. 영리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라인만의 귀여운 스티커도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기계가 아닌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듭니다. LG전자는 여기에 'LG 홈챗’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LG전자가 제안하는 스마트폰 서비스를 쓰려면, LG 홈챗 서비스를 지원하는 LG전자 가전제품과 라인이 만든 LG 홈챗 응용프로그램(앱)만 있으면 됩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라인으로 가전제품에 말만 걸면 됩니다. "오늘 뭐 해?”라고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말이죠.
냉장고와 먼저 수다를 떨어봤습니다. 홈챗 앱을 열고 '음식 목록(Food List)'이라는 대화를 입력하면, 냉장고가 즉시 답장을 보내줍니다. '달걀 5개, 베이컨 1팩, 돼지고기 600g.'
냉장고로부터 음식 목록을 라인으로 받아보려면, 냉장고에 미리 어떤 음식재료를 넣어 놨는지 등록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됩니다. 어떤 음식이 안에 있는지 수동으로 입력해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상한 음식은 없는지,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또 퇴근길 장을 볼 때 사지 않아도 되는 식자재는 무엇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앞으로 장을 보고 오면, 냉장고에 어떤 음식을 넣어뒀는지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음식 목록(Food List)'
냉장고 외에 다른 가전제품과 대화하고 싶다고 해서 별도의 앱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LG전자는 앱 하나로 집안의 모든 가전과 대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엔 세탁기와 말을 주고받아 봤습니다.
'세탁 시작(Start Laundry)'.
대화가 시작되자마자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세탁기는 라인 앱으로 세탁기가 앞으로 몇 시간이나 세탁을 할지, 어떤 모드로 세탁을 하는지 꼼꼼히 알려줍니다. 물론, 냉장고에서 봤던 것처럼 세탁시간이나 물 높이 등 세탁 모드는 미리 세탁기에 입력해둬야 합니다. 어디 세탁기뿐인가요. LG전자가 만든 오븐이나 에어컨, 로봇청소기와도 라인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과 라인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정해진 말로 대화해야 합니다. “냉장고에 뭐가 있지?”라거나 “옷 좀 빨아주세요”와 같은 말로는 아직 가전제품과 대화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라인 메신저를 대화의 창구로 쓰는 만큼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똑같은 와이파이에 물려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셀룰러 네트워크로 라인에 대화를 걸면,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와 주고 받는 라인 채팅


△냉장고 화면에서 음식을 미리 등록해두면 편리하다.

△'세탁 시작(Start Laundry)'
삼성전자, 가전 조작하는 통합 솔루션 공개
삼성전자도 스마트홈을 2014년 가전제품의 트렌드로 내세웠습니다. LG전자처럼 가전제품을 멀리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같지만, 삼성전자는 좀 더 기계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삼성 스마트홈’입니다.
삼성 스마트홈은 집안 가전제품을 통합해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서 ‘삼성앱스’에 접속해 스마트홈 앱을 내려받으면 쓸 수 있습니다. 스마트홈 앱은 냉장고나 에어컨, TV, 조명, 디지털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홈 앱에서 조명을 누르면, 집안 조명을 끄거나 켤 수 있습니다. 에어컨도 마찬가집니다. 독특한 점은 사용자의 생활 습관과 가까운 명령을 집어넣었다는 점입니다. ‘외출(Going Out)’이나 ‘굿모닝(Good Morning)’, ‘굿나잇(Good Night)’ 모드가 대표적입니다.
‘외출’ 명령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집을 나설 때 누르는 단추입니다. 집 밖으로 나갈 때는 TV나 에어컨, 조명을 끄는 것이 보통이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가방과 스마트폰을 다 챙긴 후 TV, 에어컨, 전등을 차례로 끕니다. 이제 이 모든 행동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외출’ 단추만 눌러 해결할 수 있습니다.
TV를 보다가 굿나잇 단추를 누르면, 약 10초 뒤에 TV와 전등이 꺼집니다. 방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배려한 기능입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기능을 쓰려면,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이 필요합니다. 냉장고와 TV, 세탁, 에어컨, 조명 등 가전제품을 거실 와이파이에 연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전제품은 집 안의 와이파이에 연결되지만, 스마트홈 명령은 밖에서 셀룰러 네트워크로도 내릴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같은 와이파이에 물려 있을 필요가 없으니 어디에서든 집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을 통합 관리하는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를 개발했다.

△조명, 세탁기, 냉장고, 에이컨, TV 등을 앱으로 조작할 수 있다.
오원석 기자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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