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0여년 만에 휴대폰 금형을 직접 만든다. 2000년대 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생산기술원에서 휴대폰 금형 사업을 분사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으로 바뀌면서 금형 기술이 다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금형을 직접 제작하면 케이스 협력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공급망관리(SCM)를 변화시키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12일
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스마트폰 금형 자체 제작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추진 중이다. 생산기술원에는 LG전자 및 계열사에서 차출된 금형 전문가가 다수 포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LG전자는 스마트폰 디자인 개발 후 케이스 협력업체에 금형 제작을 의뢰했다. 신제품 개발 및 제작에 시간이 걸리고, 디자인이 유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는 동시에 스마트폰 디자인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금형 기술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최근 전략 스마트폰 G2 후면에 버튼을 장착하는 등 디자인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도 3~4년 전 스마트폰 금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만들어 케이스 협력사에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금형 제작을 계기로 케이스 협력사 장악력을 높이고, 비용 절감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형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주요 협력사 케이스 생산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통상 스마트폰 금형 1개에서 50만개의 케이스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세트업체가 금형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면 협력사에 할당할 케이스 물량을 조절하기 수월하다”며 “지금처럼 금형 소유권이 협력사에 있으면, 공급에 문제가 있어도 금형을 다른 업체로 바로 옮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케이스 협력사들은 LG전자의 움직임에 불편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막대한 R&D 비용을 투자해 확보한 금형 기술이 LG전자로 흘러 들어갈 수 있고 케이스 사업 수익성도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삼성전자가 금형을 직접 제작한 이후 주요 케이스 협력사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바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개발 금형 위주로, 협력사들은 양산 금형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스 협력사 생산 수율 하락으로 LG전자에 피해가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형 완성도가 떨어지면 케이스 수율이 나빠지고, 이는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판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형 분야 한 전문가는 “아무래도 초기에는 사출업체보다 LG전자 기술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초기 금형 제작 때 완성도가 낮아 케이스 업체들이 생산 수율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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