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통신사들로서는 또 하나의 LTE폰이 등장하기 때문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LTE를 넘어 더 빠른 무선 인터넷에까지 통신사들의 긴장감은 팽팽합니다. 이번에 할 이야기는 LTE는 아니지만 LTE와 함께 등장한 무선랜 기술 ‘와이파이 채널본딩(WiFi Channel bonding)’입니다.
와이파이 채널본딩은 뭘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2개의 와이파이 신호를 하나처럼 합쳐서 쓰는 기술입니다. 앞서 얘기했던 LTE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붙이는 2개의 신호가 다른 주파수가 아니라 비슷한 주파수대의 다른 채널 2개를 잇는 겁니다. CA와 마찬가지로 이론적으로는 2배의 속도를 냅니다. KT가 그 동안 ‘와이파이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이라고 불렀던 기술의 본래 이름도 바로 채널본딩입니다. CA와 개념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불렀나봅니다.
와이파이 채널본딩에 쓰는 무선랜 신호는 IEEE802.11n인데 5GHz와 2.4GHz 신호에서 20MHz의 대역폭으로 75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이걸 2개 붙여서 쓰면 대역폭은 40MHz로 늘어나고 속도는 150Mbps까지 빨라집니다. 이론상이라고 하지만 가정에 들어가는 광랜이 100Mbps와 비교해도 무선으로 이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이것 역시 아무 단말기에서나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5GHz 무선랜 신호를 잡을 수 있는 단말기가 필요하고 멀티캐리어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처럼 2개 신호를 모두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갤럭시S3을 비롯해 옵티머스G, 옵티머스 LTE2, 베가 레이서2, 베가R3 등 요즘 나오는 LTE 단말기들은 대부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폰5도 이 기술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각 통신사로서는 ‘와이파이 잘 터지는’ 통신사라는 이야기로 기술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아이폰을 준비중인 두 통신사의 와이파이 채널 본딩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습니다. 5GHz대의 와이파이 신호를 쓰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채널 여러 개를 운영하며 바꾸는 기술의 근간은 똑같습니다. 당연히 속도도 비슷할 겁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네스팟으로 무선랜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온 KT는 GWS(Good Wifi Selector) 기술을 씁니다. 2.4GHz와 5GHz 중에서 더 한산하고 좋은 속도를 내는 신호를 골라서 씁니다. 현재로서는 5GHz가 한산하기 때문에 훨씬 빠르지만 앞으로는 두고 볼 일입니다.
SK텔레콤은 이보다 약간 더 진보된 스마트 채널본딩 기술을 추가했습니다. 5GHz 안에서 간섭 없이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채널을 골라냅니다. 채널 분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추후 와이파이가 붐비게 되는 상황에서 실제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는 SK텔레콤만 이 기술을 쓰고 있지만 KT 역시 스마트 채널본딩 기술을 곧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직 5GHz대 무선랜 영역은 한산한 편이기 때문에 당장은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이 속도는 얼마나 빨라지는 걸까요? 실제 속도와는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흔히 쓰는 영화 1편 내려받는 속도에 비교해보겠습니다. HD 영화 1편을 1.2GB 정도로 보면 150Mbps의 속도를 내는 와이파이 채널본딩은 65초만에 내려받습니다. 1개 채널의 무선랜은 이보다 2배가 걸리겠죠. 이론상 75Mbps의 속도를 내는 LTE도 마찬가지입니다. 130초 정도로 보면 됩니다. 최고 14.4Mbps의 HSDPA 3G는 680초 가량 걸립니다. 실제 다운로드 속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론적인 망의 속도를 가늠해보자고 이야기를 꺼내 봤습니다.
사실 요즘 와이파이의 화두는 ‘최고 속도를 얼마까지 내느냐’보다 ‘되나, 안되나’가 더 중요합니다. 출퇴근 지하철에는 얌전히 음악이나 듣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는 생각, 한번쯤 해보지 않으셨나요? 이동통신사들은 5GHz대 무선랜을 투입하고 듀얼밴드 브릿지(SKT)나, 프리미엄 퍼블릭 에그(KT) 기술을 붙여 지하철처럼 밀집된 공간 안의 수많은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더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기술들이 본격 도입되는 5GHz 무선랜을 잡는 스마트폰이 많지 않긴 하지만 쏟아지는 신제품들이 이렇게 자원을 나누어 쓰게 되면 자연스레 2.4GHz대의 무선랜을 쓰는 구형 단말기들의 무선랜 상황도 나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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