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일 월요일

[LTE열쇳말] ②멀티캐리어,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http://www.bloter.net/archives/128115


통신사들이 LTE 전환을 서두른 이유는 현재 스마트폰 이용 패턴이 3G망으로는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울만큼 붐비고 있기 때문입니다. LTE는 기본적으로 3G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지만 그래도 속도가 떨어질까봐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주파수 2개를 쓰는 것이지요.
주파수 2개를 쓴다는 건 좀 낯선 이야기이긴 합니다. 그간 이통사들은 각각 고유 주파수를 써 왔습니다. 어떤 주파수를 쓰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LTE에는 통신사들이 각각 2가지 주파수를 할당받았습니다. SK텔레콤은 기본 800MHz 주파수를 쓰고 1800MHz를 추가 주파수로 씁니다. KT는 1800MHz가 기본이고 900MHz가 보조 주파수, LG유플러스는 800MHz와 2100MHz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 다른 주파수를 쓰지만 어쨌든 주파수는 2가지씩 갖고 있습니다. 그럼 2가지 주파수를 어디에 쓸까요? 더 많은 트래픽을 처리하고 속도도 더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주파수 2개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멀티 캐리어’와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이 있습니다.
멀티 캐리어는 2개 차선 효과, 막히지 않는 길로 뻥뻥
멀티 캐리어(multi carrier)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업계에서는 줄여서 MC라고도 부릅니다. 멀티 캐리어는 2개의 주파수를 넘나들면서 쓰는 것을 말합니다. 차선을 2개로 넓혔다고 보면 쉽습니다. 현재 멀티캐리어를 상용화한 SK텔레콤의 예를 들자면, 800MHz로 쓰고 있다가 갑자기 이 영역이 붐벼서 속도가 떨어지면 1800MHz로 신호를 바꿉니다. 좁은 1차선 도로를 2차선 도로로 늘리면 물리적으로도 2배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고 그만큼 속도도 빨라질 겁니다. 2개 주파수를 동시에 잡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망에서 처리할 수 있는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2가지 주파수를 잡을 수 있는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SK텔레콤은 베가레이서와 갤럭시S3이 2가지 주파수를 쓸 수 있고 이후 나오는 대부분의 단말기에서 지원될 예정입니다. 아이폰5는 어떠냐고요?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SK텔레콤을 통해 멀티 캐리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 도입되는 아이폰5, 모델명 A1429는 850, 1800, 2100MHz의 3가지 주파수를 씁니다. SK텔레콤만 850과 1800MHz를 모두 갖고 있으니 이론상으로는 2개 주파수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내 스마트폰은 멀티 캐리어가 안된다’고 서운해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멀티 캐리어는 망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기 LTE에 가입해서 메인 주파수만 쓰는 단말기 입장에서도 신형 단말기들이 다른 주파수로 비켜주기 때문에 전체 망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단말기가 멀티 캐리어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한산해지게 됩니다.
멀티 캐리어 서비스는 현재 SK텔레콤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KT도 망 준비를 마치고 옵티머스G를 비롯해 9월 말부터 출시되는 신제품 단말기들에서 대부분 멀티캐리어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캐리어 어그리게이션은 말 두 마리 효과, 이론상 300Mbps까지
먼저 시작한 만큼 SK텔레콤은 광고도 열심히 하고 있지요. 여기에서 잠깐 광고 이야기를 짚어볼까 합니다. SK텔레콤은 ‘LTE done’이라는 메시지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멀티 캐리어를 ‘주파수 하나에 주파수 하나를 더해서 속도를 높였다’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엄연히 멀티 캐리어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은 아닙니다. 둘 중 더 빠른 차선을 선택해서 달리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추석 귀성길처럼 이용자가 늘어나면 둘 다 느려질 여지도 있습니다. 광고에 약간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그럼 주파수에 주파수 하나를 더해서 광고처럼 속도를 높이는 기술은 없을까요? 그게 바로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CA)입니다. 이건 2개 주파수에 동시에 접속해서 인터넷을 당기는 겁니다. 이건 차선을 더 뚫었다기보다는 말 1마리와 2마리가 끄는 마차를 비교하면 됩니다.
현재 국내 LTE 속도는 75Mbps 수준입니다. 이론적으로는 2개 주파수에서 각각 75Mbps씩 합쳐 150Mbps의 속도를 내는 셈입니다. 이런저런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쓰는 광랜이 100Mbps 속도인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통신사들은 2개 주파수 상용화에 성공하면 3개 주파수를 합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이 기술은 망으로서도, 단말기로서도 어려운 기술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이뤄질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는 우리나라 외에 멀티 캐리어조차 성공한 경우가 없습니다.
여러 개의 주파수를 쓰는 것은 로밍에도 효과적입니다. 국내 유통되는 단말기들이 여러가지 주파수를 잡을 수 있으니 해외에 나가서 편리하고, 외국인 여행객들도 한국에 왔을 때 여러가지 주파수 중 맞는 것을 골라서 쓸 수 있습니다.
약간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LTE 기술들 발전 속도는 대단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해외 통신 관련 장비 업체 담당자들이 간혹 멀티캐리어나 VoLTE 등 기술에 대해 물어오기도 합니다. “이미 하고 있다”고 말하면 화들짝 놀라며 “역시 한국”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답니다.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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