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일 월요일

[LTE열쇳말] ④Vo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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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이동통신으로 꼽히는 LTE(Long Term Evolution)는 데이터를 실어나르는 데 특화된 통신 서비스다. 기존 세대와 달리 음성 전송 기술이 들어가 있지 않다. 오늘 나온 최신 LTE 스마트폰도 아직까지 음성 통화는 3G나 2G망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또 다른 4세대 통신망으로 꼽히는 와이브로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들에게 음성통화는 가장 탄탄한 수익원이었지만 기술면에선 이렇다 할 발전이 따르지 않았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된 요즘은 스스로가 이동전화 사업자인지, 무선인터넷 사업자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도 뒤따른다. 3G 도입과 함께 시작했던 영상통화는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기에 고민은 더 컸을 게다. 현재로서는 더 좋은 음질로 목소리를 전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게 VoLTE다.
VoLTE는 ‘Voice over LTE’를 줄인 말이다. LTE망으로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라는 얘기다. LTE 자체에는 음성 코덱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mVoIP 기술이 기반이 된다. 기업들이 많이 쓰는 070 인터넷전화나 카카오의 보이스톡과 비슷하다.
VoLTE는 AMR(Adaptive Multi-Rate) 코덱을 이용한다. 이것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대역폭이 50~7000Hz, 전송률은 6.6~23.85Kbps다. 3G 통화가 200~3400Hz의 소리를 4.75~12.2Kbps 정도의 전송률로 쓰는 것과 비교해 보면 2배 이상 시원한 소리를 내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VoLTE 음성통화가 쓰는 데이터 양은 그리 많지 않다. 1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데 쓰는 데이터량보다도 훨씬 작다. HD보이스라고 하지만 전송률은 최대 23.85Kbps다. 1시간 통화하면 약 8.5MB 정도의 데이터를 쓰는 셈이다. ‘애걔~’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지만 이게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 연결 품질이 통화 음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쓰다보니 당연히 인터넷 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카카오 보이스톡을 이동하면서 3G나 LTE에서 쓸 때 연결이 잘 되지 않거나 소리가 뚝뚝 끊어져 제대로 통화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쉽다. 품질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하기로 하자.
고음질의 음성통화 기술은 VoLTE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5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와이드밴드 오디오 기술도 기본기는 같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VoLTE를 HD보이스라고 부르는데 다른 나라들은 와이드밴드 오디오를 HD오디오라고 부른다. 표준은 아니고 브랜드명처럼 쓰는 표현이긴 하지만, 헷갈릴 수 있다.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똑같이 AMR 와이드밴드 코덱을 쓴다. 음성 대역폭은 똑같지만 전송률이 6.6Kbps에서 높게는 12.65Kbps까지 가변적으로 움직인다. LTE보다 3G통신망 안에서 쓰도록 만든 통화 기술이기 때문에 전송률이 더 낮은 것이다. 아니 VoLTE쪽이 높였다고 보면 된다.
코덱이 같기 때문에 VoLTE와 와이드밴드 오디오 단말기 간에는 고음질로 통화할 수 있다. 다만 와이드밴드 오디오의 전송률이 낮기 때문에 VoLTE 단말기가 대역폭을 와이드밴드 오디오 수준으로 낮춘다.
VoLTE는 최근 나오는 삼성, LG, 팬택의 LTE 스마트폰에서는 모두 쓸 수 있다.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아이폰5에 도입되는데, 통신사 기지국에 이 기술이 들어가는 것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폰5 뿐 아니라 소니가 만드는 스마트폰에서도 된다는 점이다. 출시된지 1년이 훌쩍 넘은 엑스페리아 아크, 레이에도 이 코덱이 들어가 있어서 통신사들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곧바로 와이드밴드 오디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VoLTE 통화는 과연 현재 음성 통화를 대체할 만큼 뛰어난 품질을 갖고 있을까. 약 일주일간 2대의 스마트폰을 두고 VoLTE 통화를 해봤다. 단말기는 삼성전자 갤럭시S3이고 통신사는 KT다.
직접 써본 VoLTE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직은…’이다. 일단 연결은 엄청 빠르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망에 연결될 때까지 몇 초 걸리던 그동안의 전화와 좀 다르다. 하지만 엄격히 보자면 연결 이후가 만족스럽지 않다. 물론 깨끗하게 들리고 잘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간혹 고개를 갸웃할 상황이 닥친다. 게다가 음성통화의 특성상 작은 문제도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장소나 시간에 따라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1초에 5~6MB씩 전송할 수 있는 LTE가 고작 23.85Kbps의 전송 속도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아하다. 더욱이 통신사들은 트래픽의 일부를 갈라내 VoLTE 전용 라인으로 쓴다.
아무리 전송 속도가 낮더라도 양쪽 단말기의 연결 상태가 잠시라도 떨어지면 곧바로 통화 품질과 연결되는 것이 인터넷전화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에서도 깨끗하게 들리다가도 멀쩡히 집에서는 거슬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LTE라고 해도 평균적으로 속도가 높은 것이지 이동하면서, 혹은 주변 상황에 따라 속도는 오르락 내리락 하게 마련이다. 통신사들이 VoLTE를 발표하면서 통신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클라우드 기지국이나 멀티캐리어 등의 데이터 기술을 강조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뒤따른다.
음질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목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리고 음악을 들어보면 차이가 꽤 느껴진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는지 여전히 전화 통화라는 인상을 버리기는 어렵다. 오히려 스카이프나 다른 mVoIP의 음질이 더 좋다. 카카오톡의 음성통화 서비스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이 핏대를 세웠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통사는 전화 통화가 유료 상품이기 때문에 최적의 품질을 제공해야 하고 오히려 메시징 서비스들의 경우 전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안 되면 말지…’라고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잘 되는 경우만을 고려해 전송률과 음질을 더 높일 수도 있다. 여전히 이용자들은 mVoIP 기반의 음성 채팅보다는 VoLTE 기반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하겠지만, 신경 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재 VoLTE의 큰 문제는 타 통신사의 단말기와 HD통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신사간 망 이용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인데, 현재 3개 통신사가 이를 논의하는 중이다. 내년초에는 서로간에 HD보이스 통화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VoLTE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VoLTE와 와이드밴드 오디오는 3G 음성 통화를 대체할 서비스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직은 1년을 갓 넘긴 LTE 망에 세계 최초로 얹은 서비스인 만큼 너그럽게 봐줄 수 있겠지만, 상용 서비스라는 점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기다려줄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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