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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30% 감소… 세계 TV 시장 규모도 2년 연속 줄어]
3D·스마트TV엔 지갑 열었지만 올해는 소비자 유혹할 제품 없어
올림픽·월드컵 없는 홀수 해가 TV시장 규모 축소에도 한몫
TV 교체 주기 5년으로 빨라져 장기적 시장 상황은 호전될 수도
세계 TV 시장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TV 시장 규모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TV 산업이 장기 불황 국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올해 7월 전 세계 평판TV(LCD·PDP 등 브라운관 TV를 제외한 모든 TV) 판매량이 1488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작년 약 4% 줄어든 세계 TV 시장 규모가 올해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8월까지 국내 TV 판매 대수는 153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4% 감소했다. 시장조사업체인 GfK는 "국내 TV 판매 대수가 줄어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TV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가 홀수 해이기 때문이다. TV는 전통적으로 짝수해에 많이 팔린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가 짝수해에 번갈아 열리기 때문이다. 국제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일단 중국이 지난 5월부터 전력소모가 적은 TV를 살 때 주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시장조사업체 NPD는 국경절 연휴 기간(10월 1일~7일) 중국 TV 판매량이 260만대로 작년보다 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예년 국경절에는 중국 TV 판매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유럽 경제 위기와 미국 불황도 계속 TV 제조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판매 대수 감소보다 더 심각한 것은 판매 가격 하락이다. 한 해 TV 사업의 성패를 알 수 있는 시기는 2분기다. TV 제조업체들은 3월 신제품을 출시해 2분기에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신상품이 풀리는 2분기엔 주요 업체의 TV 평균 판매 가격이 1분기보다 올라간다. 2009년 2분기 삼성전자가 형광등 대신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Light Emitting Diode)를 광원(光源)으로 사용하는 LED TV를 내 놓고 평균판매 가격을 끌어올렸다. 2009년 2분기 삼성전자의 평판 TV 평균 판매 가격은 819달러로 1분기보다 44달러 상승했다.
2010년에 3D TV가 등장했다. 2010년 2분기에는 전체 평판 TV 판매가격이 575달러로 전 분기보다 24달러 올랐다. 2011년에는 처음 등장한 스마트TV를 본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큰돈을 꺼냈다. 그해 2분기 TV 평균 판매가격이 1분기보다 35달러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2분기 세계 1위 TV업체인 삼성전자와 2위인 LG전자 TV 평균 판매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올해는 굳이 큰돈을 주고 살 만한 혁신적인 기능을 가진 제품이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사업 불황의 타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상반기 TV를 만드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과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영업이익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 3%p 하락했다. 하반기 상황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이 TV 사업이 두 회사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CLSA증권은 TV를 만드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4690억원에서 360억원으로 내려 잡았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 TV사업부 김현석 부사장은 "내년에는 TV 시장 상황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내년은 짝수해로 기본적으로 판매 여건이 좋다. 또 유럽과 미국 경기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TV 교체 주기를 봐도 내년엔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원래 7년 정도이던 TV 교체 주기가 최근에는 5년 정도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2009년 LED TV를 샀던 씀씀이가 크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이 내년에는 TV를 바꾸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TV 시장의 미래는 내년 TV 업체들이 내놓을 제품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백강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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