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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
[주가 3분의 1 떨어져… 점유율도 하락… 혁신 전도사, 혁신은 어디로?]
삼성·LG 점유율 늘었지만 애플은 오히려 하락 추세
'애플, 삼성특허 침해' 판정에 탈세 논란 겹쳐 이미지 타격… 악재 잇따라 위상 흔들려
세계 IT업계의 확고한 선두주자로 득세해 온 애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주가, 시장 점유율 등 기업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모두 하락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근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탈세 논란에 휩싸여 기업 이미지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주가 모두 하락세
애플 하드웨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세워 세계 태블릿PC 시장에서 1위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후발주자들에게 포위된 모양새다. 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 태블릿P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52.7%에서 지난해 38.5%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 점유율은 40.4%로 소폭 올라 여전히 세계 1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외신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이 애플의 점유율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에서 '화이트박스'(브랜드 없는 저가 태블릿PC)의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는 점이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화이트박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3%에서 지난해에는 31.9%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점유율도 16%다. 삼성전자(18.9%)와 대만의 아수스(6.1%)와 합치면 1분기 점유율 41%로 애플과 비슷해진다. IT업계에서는 "화이트박스 태블릿 대부분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을 감안하면 태블릿PC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을 거의 따라잡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스마트폰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SA에 따르면 애플 스마트폰 점유율은 2011년 19%, 지난해 19.4%를 기록했다가 올해 1분기에는 17.5%로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애플의 점유율은 6%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2.7%포인트, LG전자가 1.8%포인트 점유율을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1분기 일본 시장에서는 애플이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소니에 내주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하락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애플 주가는 아이폰5 발표 직후인 지난해 9월 19일 702.10달러로 최근 1년간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한 하향세로 접어들어 지난 14일에는 430.05달러까지 떨어졌다. 9개월 만에 주가가 3분의 1 이상 내려간 것이다.
◇상징과도 같았던 '혁신' 사라져
앱(응용프로그램) 유통 '생태계'를 창시한 혁신 기업으로서 이미지도 흐릿해져 가고 있다. 애플은 앱을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게 아니라, 개발자들이 만든 앱을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시키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앱의 다양성=애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이제는 구글의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한 누적 앱 다운로드가 500억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구글도 "구글 플레이의 누적 앱 다운로드가 480억건에 이른다"고 응수했다. 미 IT 전문 매체 지디넷(zdnet) 등에서는 "누적 앱 다운로드 수에서 구글이 곧 애플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의 위기는 애플이 '혁신'을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달 열린 개발자대회(WWDC)에서 애플은 "아이폰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자화자찬하며 스마트폰·태블릿PC용 운영체제 'iOS 7'을 선보였다. 하지만 발표 직후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화면을 쓸어올리면 제어판이 나오는 방식은 이미 안드로이드에 적용돼 있었고, 새로 공개한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 라디오'도 이미 서비스 중인 판도라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탈세 논란은 특히 애플 이미지에 타격을 가했다. 미국 CNBC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진보적인 사람들은 애플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며 "애플 제품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비도덕적 논란이 가져올 위기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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